노무현 전 대통령이 22일 다시 자신의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에 글을 올렸습니다. 이번에는 ‘사람세상’ 홈페이지를 닫아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는 '신파'입니다. 박연차 건과 관련하여 자신을 "이미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져있다"는 심정을 전하면서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이 글을 통해 "더이상 노무현은 여러분(지지자)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가 없다"고 밝히면서, 자신은 "이미 민주주의, 진보, 정의, 이런 말을 할 자격을 잃어버렸다"고 말합니다.

결론 먼저 말하자면, 노통의 이 말은 틀렸습니다.
 

노무현의 사람사는 세상

왕의 목을 치지 못한 사람들과 노무현의 사람사는 세상


노통은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해 이렇게 말합니다.

자신은 이미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졌으니 "여러분은 이 수렁에 함께 빠져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여러분은 저를 버리셔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노무현은 이 글을 쓰는 이유를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아침 이 홈페이지 관리자에게 이 사이트를 정리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관리자는 이 사이트는 개인 홈페이지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회원 여러분과 협의를 하자는 이야기로 들렸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올립니다. 이제 ‘사람 세상’은 문을 닫는 것이 좋겠습니다.
 

방금 전 '노무현을 버리라' 말해놓고는 이내 '협의하자'는 투로 말이 바뀝니다. 물론 이해는 합니다. 자기가 하는 말이면 뭐든 들을 거라는 자신감이 배어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말이 협의인 거지, 자기 말은 곧 통보로 받아들일 것임을 알고 하는 말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노통의 이 말에는 진정성이 없습니다. 이들이 누구인가요? '왕못사'입니다. 유사 이래 '단 한번도 왕의 목을 치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런 이들에게 한다는 말이 기껏 '사람사는 세상을 닫는다' 혹은 '사람사는 세상을 닫겠다'도 아니고 '사람사는 세상 닫는 문제에 대해 협의를 해보자'라구요?

노통은 그 결과가 어떠하리라는 걸 정말 모르고 이 말을 하는 걸까요? 아닙니다. 내가 보기에는 노통은 이미 그 답이 어떻게 나오리라는 건 익히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하나마나한 얘기를 굳이 쎄워 올리는 걸까요? 자기 말대로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린 이 중차대한 시기에 말이지요. 그 이유를 짐작하는 일은 독자의 몫으로 남깁니다. 무튼,


'노사모'와 '왕의 목을 치지 못한 사람들'


노사모 - 왕못사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왕의 목을 치지 못한 사람들


"이제 ‘사람 세상’은 문을 닫는 것이 좋겠다"는 노통의 제안에 달린 댓글들입니다.

마치 노통이 글을 쎄우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이같은 의견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줄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른 의견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당연합니다. 이들은 단순히 '왕의 목을 치지 못한 사람들'일 뿐만 아니라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고 이곳은 바로 그들의 '사람사는 세상'인 때문입니다.

저들에게 노무현 없는 세상은 '희망'이 없는 세상입니다. 그런데 노통은 왜 이렇듯 저들에게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주고 있는 것일까요? 내가 보기에 그 이유는 하나입니다. 노통은 지금 한 편의 신파극을 펼치고 있는 것 뿐입니다. 그래서입니다. 내가 노통의 비장미 가득한 저 발언을 '신파'라 말하고, 도대체 '진정성을 찾기 힘들다' 말하는 까닭은요.


노사모, 왕의 목을 쳐야 한다


노통은 글의 허두에서 "처음 형님 이야기가 나올 때에는 ‘설마’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설마 하던 기대가 무너진 다음에는 ‘부끄러운 일입니다. 용서 바랍니다.’ 이렇게 사과드리려고 했습니다만, 적당한 계기를 잡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건 또 과연 얼마나 사실에 가까운 말일까요?

이 건에 대해 노통은 이미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 2008년 11월 28일에 있은 방문객과의 대화에서입니다. 이 자리에서 노통은 어느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을 합니다. “형님을 믿으면 좋겠는가, 보도를 믿으면 좋겠는가” 

 
노 전 대통령은 11월 28일 오후 3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생가를 찾은 방문객들에게 인사를 하는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사람들이 큰 사고를 냈으니까 수사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수사결과 다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때까지는 말을 아끼는 게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형님을 믿으면 좋겠느냐, (언론)보도를 믿으면 좋겠느냐"고 되묻고 "형님을 믿어야 한다”는 방문객들의 외침에 “그게 제 희망사항”이라는 답변으로 심경을 대신 했습니다.
 

이것이 노통의 기본적인 인식틀입니다. 좋게 말하자면, 형제간의 우애가 돈독한 것이겠지만, 한때는 바로 그 검찰을 휘하에 둔 일국의 국가 수반을 지낸 이가 할 말은 아니었습니다. 더구나 노통은 '형님'의 혐의가 사실로 밝혀진 뒤에도 지금 자신의 글에서 밝히고 있는 사과 따위는 끝내 한 적이 없습니다.

노통은 '적당한 계기를 잡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정상문 비서관이 잡혀들어간 바로 그날 즉각적인 '법적 대응' 논리를 편 것에 비한다면 이는 한낱 변명에 지나지 않는 말입니다. '형님'의 범행 사실이 밝혀진 것과 박연차 수사와는 사과를 해도 수십 번은 해도 될 만큼의 충분한 텀이 있었습니다.


오욕의 역사도 역사다


오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노통은 "더이상 노무현은 여러분(지지자)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가 없다"면서 자신은 "이미 민주주의, 진보, 정의, 이런 말을 할 자격을 잃어버렸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이제 이 마당에 이상 더 사건에 관한 글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합니다. 나아가 '홈페이지를 폐쇄하겠다'는 의견을 전합니다.

그러나 오욕의 역사도 역사입니다. 노통의 글을 불편해 하는 것은, 노통이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다는 사실 때문이 아닙니다. 그 글들이 노통이 말하는 '사실관계'를 정리하는 게 아니라 제식구 감싸기로만 흐르는 듯해서입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홈페이지를 폐쇄하겠다니요?

민주주의, 진보, 정의와 같은 말들은 부끄러운 오욕을 감추는 데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사실 그대로를 역사로 남기는 데 저 말들의 진정한 의미가 있습니다. 허두에서 노통의 말이 틀렸다고 말한 까닭입니다.

이쯤에서 한홍구와 한겨레가 나서 한마디 하라고 말하고싶은 것도 그래서입니다. 허물이 드러날 때마다 도마뱀 꼬리 자르듯이 그렇게 꼬리를 자르고 도망가는 것이 이제는 가능하지 않다고, 이참에 아주 분명하게 함 못을 박아두라는 얘기입니다. 이제 그렇게 하나쯤 왕의 목을 칠 때도 되지 않았겠느냐는 겁니다. 그래서 말인데 한홍구군, 한 말씀 하시지요.

"노사모, 왕의 목을 쳐라!"  하고 말이지요. 와이낫?



다음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의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에 올린 '‘사람세상’ 홈페이지를 닫아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는 글 전문입니다.
 
<덧붙이는글> 노무현 전 대통령님, 문을 닫을 거면 걍 닫으세요. 그러나 네티즌의 한 사람으로서 말하건대, 그렇게 맘대로 닫을 홈피를 뭐 하러 열었는지 묻고싶습니다. 게다가 인터넷에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가지신 분으로 아는데, 그렇게 자기 한 몸 빠져나가자고 거기에 있는 수많은 컨텐츠를 하루아침에 없애버리겠다는 건 무슨 고약한 심사인지 모르겠습니다. 마치 개혁당 홈피를 폐쇄하고 다른 당으로 날라간 유시민의 행패를 보는 듯만 싶습니다.

하지만 아셔야 합니다. 공당의 홈피도 그렇겠거니와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이가 운영하는 홈피도 그게 단순한 한 개인의 홈피가 아니라는 사실을요. 그건 하나의 역사입니다. 자기 하나 기분이 내키지 않는다고 맘대로 폐쇄해서 안 되는, 수많은 이들의 이야기가 녹아 있는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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